만 원짜리 책상에 딸려 온 가시방석
지금 제가 앉아 있는 의자는 중고로 산 만 원짜리 책상에 딸려 온 의자입니다.
의자라고 부르기도 민망한 물건이에요.
10분만 앉아 있으면 엉덩이가 아파오고
플라스틱 간이의자보다 나을 것이 없는,
그야말로 가시방석 같은 존재입니다.
이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버티고 있었는데
드디어 어제 온라인으로 10만 원짜리 의자를 주문했어요.
가격 대비 호평이 많고 무엇보다 많이 팔리는 제품이라는 점이
가성비를 믿게 해줬습니다.
아침에 외출하다 보니 현관 앞에 택배가 도착해 있었어요.
이 몹쓸 의자에서 드디어 해방될 수 있다는 생각에
괜히 기분이 좋아졌습니다.
배부른 김에 허먼밀러 매장까지
볼 일을 다 보고 아내와 스시를 맛있게 먹었어요.
배가 부른 김에 산책이나 하자고 나섰는데,
그러다 문득 예전부터 유튜브로 열심히 들여다봤던
허먼밀러 매장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이미 의자를 구매한 상태였지만
그냥 비교 삼아 한번 앉아보고 싶었어요.
가기 전에 유니클로에 잠깐 들렀는데
역시 좋은 품질을 합리적인 가격에 팔더군요.
사고 싶은 마음을 꾹 눌러가며 매장을 나와
조금 더 걸어 허먼밀러 매장에 도착했습니다.
에어론, 기대만큼이었을까요
허먼밀러 매장은 땅값이 비싼 곳에 자리 잡고 있었어요.
매장 크기는 10평 남짓, 책상 몇 개와 의자 몇 개가 전부였습니다.
그 유명한 에어론 의자가 곳곳에 놓여 있었어요.
직원의 안내를 받아 에어론에 앉아봤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기대가 너무 컸던 탓인지
왜 이 의자가 300만 원이 넘는지 바로 이해가 가지는 않았어요.
그렇다고 나쁜 것도 아니었습니다.
지금까지 앉아본 의자 중에서는 분명 최고였어요.
메시 소재라 통풍도 잘 되고, 앉는 면이 넓어 편안했으며,
허리를 자연스럽게 잡아주는 느낌이 확실히 달랐습니다.
직원이 마침 20% 할인 중이라며 가격을 알려줬는데 220만 원이었어요.
300만 원을 생각하고 있다가 220만 원이라는 말을 듣자
순간 “이거 웬 떡인가” 싶어 구매 충동이 10% 정도 솟구쳤습니다.
물론 10%는 이내 가라앉았지만요.
매장을 나서며 아내가 한마디 했어요.
“평생 쓸 거라면 하나 사도 좋을 것 같아.”
틀린 말이 아니었어요.
저희 부부는 집에서 컴퓨터 앞에 앉아 보내는 시간이 꽤 길거든요.
앉아 있는 시간이 많다면 의자에 어느 정도 투자하는 게 맞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다만 지금 당장은 아닐 뿐이에요.
조립하고, 비교하고, 만족하다
집에 돌아와 피곤한 몸을 이끌고 곧장 의자를 조립했습니다.
빨리 가시방석에서 벗어나고 싶기도 했고
허먼밀러 에어론과 비교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조립을 마치고 앉아봤습니다.
당연히 그 몹쓸 의자보다는 100배는 편했어요.
다만 에어론의 그 넉넉하고 자연스러운 편안함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에어론은 이 의자보다 22배나 비싼 제품이에요.
그 차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야겠죠.
솔직히 중국 의자 제조사에 바람이 있다면 하나 있어요.
에어론 같은 품질을 20~30만 원에 만들어주면 어떨까 하는 겁니다.
소비자도 좋고 제조사도 많이 팔리니 좋고,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요.
10만 원짜리 새 의자도 나쁘지 않아요.
세부적인 마감에서 아쉬운 부분이 있긴 하지만
가시방석과 비교하면 그야말로 천국이에요.
오늘은 300만 원짜리 의자에도 한번 앉아보고
10만 원짜리 의자에도 만족하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꽤 괜찮은 하루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