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에게 돌을 던진 날, 30년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는 기억

초등학교 4학년 무렵의 이야기입니다.

아버지가 일하시는 곳으로 혼자 걸어가던 날이었어요.
시골집에서 아버지 일터까지는 걸어서 30분 거리였습니다.
논두렁을 지나 작은 냇가 위 다리를 건너면 닿을 수 있었어요.
방과 후 딱히 할 일이 없어서 심심하면 자주 그 길을 걸었던 기억이 납니다.
때는 가을쯤이었어요.

이유도 없이 시작된 일

자동차 두 대가 겨우 지나칠 정도의 좁은 다리 위였어요.
아래를 내려다보니 오리들이 여럿 모여 헤엄을 치고 있었습니다.

그 순간 이유 없는 심술이 생겼어요.
다리 위에서 작은 돌을 하나 집어 들어 오리들에게 던졌습니다.

거리가 꽤 됐기 때문에 쉽게 맞지 않았어요.
맞추지 못할수록 오기가 생겼습니다.
왜 그랬는지 지금도 설명하기 어렵지만
그때의 저는 멈출 수가 없었어요.

점점 커지는 돌

수십 번을 던졌지만 맞지 않았어요.
화가 났습니다.
오리들은 나에게 아무런 해를 입히지 않았는데
나는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채 점점 더 큰 돌을 찾기 시작했어요.

거리를 좁혀가면서 더 큰 돌을 던졌습니다.
그러면서 속으로 다짐했어요.
딱 한 번만 맞추면 그냥 아버지 일터로 가겠다고요.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두 손 가득 찰 만큼 큰 돌을 발견했습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포기하고 가던 길을 가겠다고 결심했어요.

그리고 돌을 날렸습니다.

슬로우비디오처럼 큰 돌이 오리 무리를 향해 날아갔어요.
이번에도 맞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돌은 오리 한 마리의 머리 위로 정확히 떨어졌어요.

그 순간 제가 느낀 감정은 기쁨이 아니었습니다.
수십 번의 실패 끝에 마침내 성공했으니 기뻐해야 마땅했겠지만
그런 감정은 조금도 들지 않았어요.

돌에 맞은 오리는 머리를 물속에 박은 채 고꾸라졌습니다.
오리 무리에서 점점 멀어지며 냇가 하류로 혼자 떠내려갔어요.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생명을 빼앗아간 돌 하나

그 오리는 나에게 아무런 잘못을 하지 않았어요.
그저 가을 냇가에서 헤엄을 치고 있었을 뿐이에요.
그런 생명을 아무 이유도 없이, 내 감정을 다스리지 못해 던진
돌 하나로 빼앗아간 것입니다.

슬로우비디오처럼 느리게 흐르던 그 시간이
떠내려가는 오리를 마지막으로 다시 빠르게 달리기 시작했어요.
저는 엄청난 죄책감과 두려움을 안고 그 자리를 도망쳤습니다.

그날의 기억은 30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합니다.

이 기억이 내게 남긴 것

그 후로 저는 달라졌습니다.

집 안에 벌레가 있어도 되도록 살려서 밖으로 보내주는 편이에요.
아주 작은 생명 앞에서도 한 번 더 생각하게 됐습니다.
아이가 생기면 꼭 이 이야기를 해주고 싶어요.
화가 나는 감정, 멈출 줄 모르는 오기가
때로는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만들어낸다고요.

그 오리에게 지금도 미안합니다.
30년이 지나도 사죄하고 싶은 마음이 사라지지 않아요.

어쩌면 그 무게감이야말로
제가 아직 그 날을 기억하는 이유인지 모릅니다.
그리고 그 무게감이 지금의 저를 조금은 더 조심스러운 사람으로
만들어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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