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의 10년 이상 명상을 손에 놓고 살다가 요즘 다시 시작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집중력이 떨어져서다.
명상이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말이 있다.
나는 그 말을 믿는다.
믿는 데서 그치지 않고, 직접 경험으로 그게 사실임을 안다.
문제는 10년 넘게 안 하다 보니 명상을 하는 그 순간에도
집중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눈을 감고 호흡에만 집중해도
10분에서 30분이 시간 가는 줄 모르게 흘러갔었다.
지금은 5분은커녕 1분도 버티기가 힘들다.
눈을 감는 순간 잡생각이 범람하는 강물처럼 한꺼번에 밀려든다.
호흡에 집중하려 하면 이번엔 몸이 말을 걸어온다.
다리부터 시작해서 골반, 허리, 목까지
차례로 뻐근함과 통증을 신호처럼 보내온다.
10년간 쉬어서인지, 아니면 나이가 들어서인지
그 경계를 분간하기가 어렵다.
요가에서 명상을 처음 만났던 시절
내가 명상을 처음 접한 건 대학교 때였다.
친구가 요가의 좋은 점들을 늘어놓으며 권했다.
몸이 가벼워진다, 호흡이 깊어진다, 정신 건강에 좋다.
원래 어릴 때부터 운동을 좋아했던 터라
그 말들이 귀에 쏙 들어왔고, 도전해봐야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 시절 요가는 사실상 여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다.
지금도 그런 분위기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시에는 분명 그랬다.
요가 시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분위기에 압도됐다.
헬스장과는 완전히 딴판이었다.
문을 여는 순간부터 은은한 허브 향기가 먼저 맞아주었고,
은은한 조명과 차분한 분위기가 마치 엄마 품처럼 포근했다.
등록을 마치고 요가실에 들어가니
예상대로 남자는 나 혼자였다.
민망한 감도 있었지만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지,
하는 마음으로 매트를 펼쳤다.
항상 맨 뒤 자리를 골랐는데
고양이 자세 같은 포즈를 할 때면
시선 처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어색했던 순간들이 가끔 있었다.
3개월 정도 다니고 나니 몸이 부드러워지고 가벼워지는 느낌이
실제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요가 이야기를 길게 한 이유가 따로 있다.
요가 수업은 항상 마지막에 명상으로 마무리됐기 때문이다.
눈을 감고 매트 위에 누워서 하는 마무리 명상.
충분히 움직인 몸이 따뜻하게 이완된 채 고요히 쉬는 그 느낌이
정말 좋았다.
히말라야 아래에서의 명상
요가를 그만둔 이후에도 앉아서 하는 명상은
집에서 조금씩 이어갔다.
태국 교환학생 시절에도 했었다.
명상의 정점을 찍은 건 아마 인도와 네팔 배낭여행 때일 것이다.
그 여행이 얼마나 명상에 심취해 있었냐면
최소한의 짐만 챙겨야 하는 배낭여행이었음에도
요가 매트를 끝내 가방에 넣었을 정도였다.
배낭여행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관광지를 한 바퀴 돌고,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아 앉아서
그냥 명상을 했다.
인도와 네팔이 요가와 명상의 본고장이라 그런지
명상은 어느새 여행의 일부가 되어 있었다.
네팔의 어느 절 마당에서, 인도의 사막 위에서,
갠지스 강 한켠에서, 히말라야 산맥을 바라보며.
시야를 차단하고 귀로 들어오는 소리와
피부로 전해지는 바람과 온기에만 집중했다.
그때는 한 자리에서 30분도 거뜬히 앉아 있을 수 있었다.
배워두었던 몇 가지 요가 자세도 꾸준히 병행하면서
몸의 유연함도 유지할 수 있었다.
10년의 공백, 그리고 다시 시작
직장 생활을 시작하면서 조금씩 소홀해졌다.
그래도 처음 5년 정도는 일주일에 한두 번씩 했다.
이후 10년쯤은 1년에 한두 번 할까 말까 했다.
다시 명상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머릿속이 너무 꽉 차있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요즘은 외부에서 쏟아지는 정보의 양이 어마어마하다.
유튜브 홈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이미 시작이다.
어떤 영상을 볼지 고르느라 수십 개의 썸네일을 훑는 것만으로
상당한 양의 정보가 뇌로 유입된다.
쇼츠는 더 극적이다.
1분도 안 되는 영상을 1시간 동안 보면
최소 120개의 영상 정보가 뇌를 통과한다.
뇌가 쉴 틈이 없다.
그래서 결심했다.
명상을 통해 뇌를 쉬게 하고,
그 여백에서 한 가지 일에 집중할 수 있는 힘을 다시 찾겠다고.
시작한 지 2주가 됐다.
아직 뚜렷한 변화를 말하기는 이르다.
다만 한 가지, 해야 할 일과 하지 않아도 될 일 사이에
아주 조금씩 선을 그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이게 명상의 효과인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냥 좋다고 하는 것들에는
대부분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고 믿는다.
손해 볼 것 없다는 마음으로, 다시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