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집에는 왜 물건이 없을까?
나는 이전에 방문영업을 한 경험이 있다. 주로 일반 아파트나 일본에서 말하는 맨션을 위주로 영업을 했는데, 한 달에 200~300명의 고객들과 마주하게 된다. 1년이면 대략 2,400명이 넘는다.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은 흔치 않다. 그리고 많은 걸 배웠다. 그 중 하나를 이야기하고자 한다.
지금부터 하는 이야기는 지극히 나의 개인적인 생각이며, 아주 단편적인 의견이다. 그러니 그냥 “이런 의견도 있구나” 하고 가볍게 읽어주길 바란다.
제목에서 짐작할 수 있겠지만, 이 이야기는 정리정돈에 대한 이야기다. 방문영업을 하다 보면 고객 집 안에서 상담이나 계약을 하는 경우가 많아 자연스럽게 집안 풍경을 많이 보게 된다. 허름한 아파트부터 고급 아파트까지 다양하게 봐왔는데, 느낀 게 하나 있다. 고급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의 집은 대체로 정리정돈이 잘 되어 있다는 것이다.
즉,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은 정리정돈을 잘하는 걸까? 꼭 그렇다고는 할 수 없다. 100%도 아니고, 어림잡아 80~90% 정도인 것 같다.
그렇다면 정리정돈을 잘해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긴 걸까, 아니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기 때문에 정리정돈을 잘하게 된 걸까. 이건 내가 전혀 알 수 없어서 결과만 보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비싼 아파트에 산다고 해서 반드시 경제적 여유가 있다고 단정할 수도 없지만, 많은 사람을 만나다 보면 그냥 느껴지는 게 있다. 돈에 대한 여유로움이라고 할까.
한 고객을 방문한 적이 있다. 고급 아파트는 입구 문부터 다르다. 노크할 때 느껴지는 묵직함, 손가락으로 두드렸을 때 들리는 경쾌한 소리. 집 안에 들어섰는데 뭔가 다름을 직감했다. 순간 “혹시 금방 이사 왔나?” 싶을 만큼 물건이 없었다. 보통 키친 위에 이것저것 올려두고 편하게 쓰는 게 일반적인데 아무것도 없었다. 그 고객의 집은 내가 본 정리정돈이 잘된 집 중에서도 상위 1%에 드는 수준이었다. 쓴 물건은 바로 서랍이나 수납 공간에 넣어두는 것이다. 그 고객은 건설회사 사장이었고, 테이블 위에는 스포츠카 키가 놓여 있었다.
서류를 프린트하기 위해 방을 옮겨 다니면서 봤는데, 거실과 키친뿐만 아니라 방도 아주 깔끔했다. 손님이 온다는 걸 미리 알고 청소해둔 걸까, 아니면 매일 이런 식인 걸까. 매일 이 정도로 정돈하며 사는 사람은 흔치 않다.
다른 사례도 많지만, 떠오르는 고객 이야기를 하나 적었을 뿐이다. 물론 반대 경험도 있다. 저가 아파트는 일단 입구부터 다르다. 잠금장치가 망가진 곳도 많고 아예 없는 곳도 있다. 문을 노크하면 속 빈 나무를 두드리는 소리가 난다. 나머지는 상상에 맡기겠다. 다만 오해하지 말아야 할 건, 저가 아파트에 살아도 집 안이 깨끗한 집이 많다는 사실이다.
내가 느낀 건 이거다. 정돈된 공간에 사는 사람들은 사람을 대할 때 차분하고, 판단이 빠르며, 그 판단을 바로 행동으로 옮기는 힘이 있었다. 그런 사람들이 나중에 더 성공하고 경제적으로 여유를 갖게 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리정돈이 경제적 상황과 얼마나 상관이 있는지 나는 모른다. 하지만 내 경험으로 볼 때 어느 정도는 연관이 있다고 본다. 어떤 유튜버가 한 말이 생각난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으면 이부자리를 보면 된다”고. 그 말을 들은 뒤로, 나도 아침에 일어나면 이부자리를 정리하고 쓴 물건은 제자리에 돌려놓으려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