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되도록 중고품을 사려고 한다. 가격이 너무 저렴하기 때문이다. 완전 쇼핑하는 맛이 난다. 중고품이라서 더럽거나 품질이 좋지 않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그런 제품도 많다. 하지만 더러운 건 씻고 깨끗이 닦으면 되고, 품질이 좋지 않은 제품은 처음부터 거르면 된다. 평소 식비 외에는 거의 소비를 하지 않는 나에게도 중고 매장에서 득템을 할 때의 기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좋다.
한국에는 가끔 들어가서 지내다 오기 때문에 현재 상황을 확실히 알지는 못한다. 인터넷 검색으로 조금 인지하는 정도다. 그러나 캐나다나 일본에 비하면 한국의 중고품 시장은 아직 작은 것 같다.
먼저 캐나다 이야기다. 캐나다에는 Value Village라는 체인 중고 매장이 있는데, 매장 규모가 엄청나게 크다. 옷은 종류별로 거의 다 갖춰져 있고, 책, 신발, 가구, 스포츠 용품, 조리 용품 등 없는 게 없다. 매장도 많아서 20분 거리 안에 2~3개를 거뜬히 둘러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이 상품들은 어디서 오는 걸까? 바로 여기에 내가 이 매장을 좋아하는 이유가 있다. 집에서 필요 없는 물건을 이 매장에 가져다주면 된다. 쉽게 말해 쓰레기 처리를 대신해 주는 셈이다. 게다가 물건을 가져다주면 매장에서 바로 쓸 수 있는 20~30% 할인 쿠폰까지 준다. 처음 이 시스템을 알았을 때 얼마나 천재적인 발상인가 하고 감탄했다. 그래서 캐나다에서 생활할 때 필요한 게 생기면 무조건 Value Village를 먼저 들른다. 물론 캐나다에는 이 매장 외에도 다양한 브랜드의 중고 체인이 많다.
다음은 일본이다. 일본도 중고 매장이 잘 활성화되어 있다. 트레저 팩토리, 핸드오프, 세컨드 스트리트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 개인적으로 트레저 팩토리를 가장 좋아하는데, 이유는 5만 원 상당의 가구를 구매하면 약 1시간 30분 동안 소형 트럭을 무료로 빌려주기 때문이다. 물건의 품질도 좋고, 기간 한정으로 품질 보증까지 해준다.
Value Village의 딱 하나 아쉬운 점이 있다면, 품질 보증이 없고 환불도 안 된다는 것이다. 일단 결제하면 그 순간부터 모든 책임은 소비자에게 있다. 고장 난 제품을 샀다면 그냥 버려야 한다. 물론 작동 여부를 확인한 제품만 진열하기 때문에 아직까지 그런 일은 없었지만, 그래도 불안하긴 하다. 반면 일본의 중고 매장은 환불이 가능하다. 당연한 것 같기도 하지만, 나라마다 인식의 차이가 있다는 게 흥미롭기도 하다.
마지막으로 한국이다. 솔직히 딱히 떠오르는 매장이 없다. 검색해 보니 리마켓이라는 매장이 있는데, 주로 사무용품과 가전제품을 취급한다고 한다. 아마도 주요 고객층은 사업자분들일 것 같다. 그래서 한국에도 생활용 중고품을 살 수 있는 곳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어차피 옷은 한 번 입으면 중고품이 된다. 그리고 대부분의 집에는 더 이상 입지 않는 옷들이 쌓여 있을 것이다.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그 물건들을 정말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저렴하게 파는 것, 이런 생태계 순환은 환경에도 참 이롭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는 달갑지 않을 수도 있다. 소비가 많이 이루어져야 이익이 나는 구조에서 중고 시장의 확대는 새 제품 판매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미 선진국을 중심으로 중고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중고품도 괜찮다는 인식이 변하기 시작하면, 그게 트리거가 되어 이 시장은 급격하게 확장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