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적지 않은 스포츠를 경험해왔다.
탁구, 농구, 축구, 마라톤, 수영, 테니스, 복싱, 무에타이,
요가, 합기도, 그리고 근력운동까지.
지금은 그 중 두 가지만 남겼다.
근력운동과 테니스다.
비가 오면 실내에서 근력운동을 하고,
맑은 날에는 코트에서 라켓을 잡는다.
두 가지로 좁히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지만,
지금은 이 조합이 나에게 가장 잘 맞는다고 확신한다.
왜 근력운동인가
근력은 모든 운동의 기반이라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근육이 자연스럽게 줄어들고,
그에 따라 부상도 잦아지고 움직임도 둔해진다.
어떤 스포츠든 근육이 받쳐줘야 제대로 할 수 있다.
그래서 근력운동을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다른 종목은 몸이 허락하는 한 언제든 도전할 수 있지만,
근력은 꾸준히 쌓지 않으면 어느 순간 바닥을 드러낸다.
왜 테니스인가
예전에는 축구와 근력운동을 병행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축구가 버거워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세 가지였다.
첫째, 11대 11이라는 구조적 문제다.
사람이 많이 모여야 경기가 성립하고,
그 과정에서 생기는 변수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둘째, 부상이 잦다.
큰 부상은 아니었지만 밟히거나 차이는 건 일상이었다.
샤워할 때 각오를 해야 하는 날이 한 달에 몇 번씩 있었다.
셋째, 팀원의 실력에 따라 경기의 재미가 크게 달라진다.
함께하는 즐거움이 있는 반면,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변수에
경기 전체가 좌우되는 느낌이 점점 불편해졌다.
축구의 매력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축구는 분명 재미있는 스포츠다.
다만 나에게 맞는 종목이 아니게 됐을 뿐이다.
테니스로 바꾼 이유는 간단했다.
싱글플레이라면 내 코트 안에는 나만 있다.
엘보나 어깨 부상이 생길 수 있지만,
그건 자기 관리의 문제다. 남이 만드는 부상이 아니다.
무엇보다 아내와 함께 칠 수 있다는 점이 컸다.
다행히 아내도 테니스에 재미를 붙여서
기회가 생길 때마다 둘이 코트에 나선다.
처음에는 실력 차이가 워낙 커서
실력 향상에도, 재미에도 크게 도움이 안 됐다.
그런데 아내의 속도에 맞춰 천천히 치기 시작하면서
오히려 내 나쁜 습관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빠른 랠리 속에서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느린 공 안에서 비로소 보였다.
바른 자세를 유지하는 연습으로서도, 생각보다 좋은 훈련이 됐다.
테니스와 나의 첫 인연
테니스와의 첫 만남은 중학교 체육 시간이었다.
탁구를 배우던 수업이었는데,
체육 선생님이 기본 자세를 가르쳐 주시더니
내 자세가 괜찮다며 테니스부에 추천해주셨다.
탁구 자세를 보고 테니스부를 권한다는 게 당시에는 의아했지만,
어쨌든 그 인연으로 방과 후 테니스를 배우기 시작했다.
공 없이 자세만 반복했고,
코트 청소를 하고 소금을 뿌려가며 땅을 다지는 롤러 작업도 수없이 했다.
어떤 폼으로 어떻게 공을 쳤는지는 이제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 와중에 농구를 하다가 오른손을 다쳐 깁스를 하게 됐고,
이가 없으면 잇몸이라고 왼손으로 계속 연습했다.
그렇게 중학교 1년을 보냈다.
그 이후로 라켓을 다시 잡은 건 대학교 테니스 동아리였다.
하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축제 준비와 술자리가 많았고,
1학기를 마치고 군대에 가면서 동아리에 돌아가지 못했다.
그리고 10년이 흘러, 캐나다 어학연수 시절에 짧게 6개월.
또다시 10년이 지나, 작년부터 겨울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치고 있다.
구력으로 따지면 2년에서 3년 사이쯤 될 것 같다.
스포츠의 본질은 결국 자세다
지금에 와서야 그 선생님의 판단이 이해된다.
탁구 자세를 보고 테니스를 권한 건,
종목의 유사성이 아니라 움직임의 질을 본 것이었다.
어떤 스포츠든 자세는 모든 것의 출발점이다.
가장 효율적이고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찾는 과정,
그것이 곧 스포츠를 배운다는 의미라는 생각이 든다.
테니스라면 스윙의 궤도,
수영이라면 물의 저항을 최소화하는 유선형 움직임,
근력운동이라면 관절에 무리 없이 근육을 쓰는 동작.
형태는 달라도 원리는 같다.
자세가 바르면 일단 반은 먹고 시작한다.
그래서 나는 새로운 스포츠를 배울 때
먼저 좋아하는 선수의 영상을 찾아본다.
분석하고 따라 하면서 내 몸에 맞는 움직임을 찾아가는 과정.
그것이 내가 스포츠를 즐기는 방식이다.
운동은 결국 지속 가능성의 문제다
여러 종목을 거쳐 지금의 두 가지로 좁힌 건
단순히 취향의 문제가 아니었다.
부상 없이, 혼자서도, 그리고 소중한 사람과 함께
오래 지속할 수 있는가.
그 기준이 자연스럽게 테니스와 근력운동을 남겼다.
아무리 재미있는 운동도
몸이 망가지면 할 수 없고,
아무리 효과 좋은 운동도
지속하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좋아하고, 오래할 수 있고, 함께할 수 있는 것.
운동에서 내가 찾는 세 가지 조건을
지금의 루틴이 가장 잘 채워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