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휴대폰을 들 때마다 하는 일이 하나 있습니다.
중고 시장에 테니스 라켓이 새로 올라왔는지 확인하는 거예요.
라켓이 없는 것도 아닌데 말이죠.
지금 쓰는 라켓 두 자루
현재 집에 라켓이 두 자루 있습니다.
하나는 지인에게 저렴하게 물려받은
요넥스 이존(YONEX EZONE) 100 아쿠아 블랙 2023년 모델이에요.
요즘은 아내가 사용하고 있습니다.
내 라켓은 얼마 전 친구에게 공짜로 받은
윌슨 블레이드(Wilson Blade) 98이에요.
크게 불만은 없는데 면적이 100보다 작아서 그런지
공이 맞을 때 느낌이 뭔가 아쉽습니다.
면적 탓인지, 스트링 탓인지, 아니면 그냥 내 실력 탓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어요.
전형적인 테린이(테니스 초보)의 장비 탓이겠지요.
게다가 블레이드는 2014년산 구형 모델이라
왠지 더 신뢰가 가질 않습니다.
그래서 아내에게 라켓 하나만 사달라고
몇 달째 조르다가 드디어 허락을 받았어요.
견물생심의 시작
처음에는 그냥 막연히 생각만 했습니다.
‘블레이드가 구형이니 하나 살까?’
그러고는 흐지부지 지나갔어요.
아내와 매주 두세 번씩 테니스를 치는데
칠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계속 껄끄러웠습니다.
내 실력이 부족하다는 걸 스스로도 잘 알면서도
욕심에 중고 테니스 라켓을 인터넷으로 검색해봤어요.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나자
갖고 싶은 마음을 절제하기가 힘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이게 바로 그 유명한 고사성어, 견물생심(見物生心)이더군요.
물건을 보면 갖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는 말.
옛날이나 지금이나 사람의 본성은 변하지 않는다는 걸
몸소 느꼈습니다.
먼저 인생의 길을 걸어간 선조들이 새삼 존경스러워지기까지 했어요.
중고 라켓을 검색할 때마다 뇌에서 도파민이 분출되는 느낌이 납니다.
‘이거다, 빨리 사야 해’라고 나 자신을 부추기고 있어요.
이제는 그 충동에 지칠 지경입니다.
결정을 막는 한 가지 문제
어느 정도 브랜드와 모델도 정했습니다.
하지만 써보지도 않은 라켓이 나에게 맞는지
어떻게 알 수 있겠습니까.
이게 결정의 발목을 잡고 있어요.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렇습니다.
다른 사람들과 테니스를 치면서
상대방의 라켓을 빌려 써보는 것.
직접 감각을 확인한 뒤에
중고 시장에서 합리적인 가격에 구매하는 거예요.
그런데도 100% 확신이 서질 않아요.
생각을 더 해보면 지금 쓰는 라켓의 스트링을 바꿔보는 것도 방법이에요.
스트링은 오래 사용하면 늘어나고
종류에 따라 치는 맛과 스타일이 달라지거든요.
어쩌면 라켓을 바꿀 필요도 없이
스트링 교체만으로 해결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 겁니다.
그렇게 생각하다 보면 문득 이런 의문이 생겨요.
테니스 라켓의 성능이 정말 그렇게 중요한 것인지.
언제쯤 진짜 나에게 맞는 라켓과 스트링을 찾게 될까요.
간단한 것 같으면서도 참 어렵습니다.
일단 보는 것을 그만두자
결국 지금 당장 해야 할 일은 하나입니다.
중고 시장에서 테니스 라켓 검색을 멈추는 것.
견물생심.
보면 볼수록 갖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의 본성입니다.
일단 보는 것을 멈추겠습니다.
그래야 이 끝없는 도파민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