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흔히 말하는 ‘잡캐’입니다.
유학, 워킹홀리데이, 국제 결혼을 거치며 여러 나라를 살았고
그 과정에서 다양한 일을 경험했어요.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해온 분들 눈에는
다소 일관성 없어 보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 다양한 경험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고 생각해요.
오늘은 그 이야기를 솔직하게 해볼게요.
아르바이트부터 시작합니다
제가 경험한 아르바이트를 한번 나열해볼게요.
전단지 배포, 재생 타이어 공장, CGV 영화관, 홈플러스 농산품 관리,
플라스틱 사출 공장, 노래방 웨이터, PC방 야간 알바, 이삿짐센터,
음식점 배달, LG 고객서비스 전화상담원, 삼성 프린터 설치 도우미,
패밀리 레스토랑 직원.
세어보면 열두 가지예요.
지금 적어놓고 보니 꽤 다양하네요.
졸업 후 직업은 이렇게 됩니다
대학교 졸업 이후 경력도 적지 않아요.
필름회사 해외 영업, 일본 여행 오퍼레이터, 웹 개발자,
영상 편집 및 인쇄 디자인, 해외 식자재 영업,
인터넷·TV 방문 영업, 치과 기공사, 콘텐츠 크리에이터.
여덟 가지입니다.
아르바이트까지 합치면 스무 가지가 넘는 일을 해본 셈이에요.
저는 소설 속 주인공과 다릅니다
제가 좋아하는 소설 달빛 조각사의 주인공 이현도 스스로를 잡캐라고 불러요.
어릴 때부터 환경적인 어려움 속에서 이것저것 경험하며 성장한 캐릭터입니다.
저도 비슷하게 다양한 일을 했지만 본질은 달라요.
이현은 생존을 위해 절박하게 모든 것을 쏟아부은 반면
저는 솔직히 그 정도의 절박함은 없었습니다.
다만 이것 하나는 말할 수 있어요.
어느 곳에서도 최선을 다했고, 대부분의 자리에서 나름의 성과를 냈습니다.
1등은 아니었지만 준수한 수준은 유지했어요.
소설 속 주인공과 비교하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지만
그래도 부끄럽지 않은 발자국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것저것 해도 살아가는 데 지장 없습니다
제가 이 글에서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이것이에요.
한 가지를 오래 붙잡지 않아도, 이것저것 경험해도
살아가는 데 크게 문제없다는 것입니다.
일은 또 찾으면 돼요.
더 중요한 건 얼마나 버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소비하고, 남은 돈을 어떻게 불리느냐입니다.
이 사실을 일찍 알게 된 것이 오히려 다양한 경험 덕분이었어요.
전직을 고민하고 있거나, 잠깐 쉬고 싶은 분이 계신다면
너무 두려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인생은 길고, 너무 서두를 필요 없어요.
물론 다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닙니다.
새로 취업할 때마다 잦은 이직의 이유를 설명해야 해요.
준비할 것도 많고, 회사에 따라 좋지 않게 보는 곳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제가 재취업할 때마다 넘어야 하는 가장 큰 산이에요.
다양한 경험이 주는 한 가지 선물
여러 일을 하다 보면 생기는 게 있어요.
바로 응용력입니다.
한 곳에서 배운 사소한 것이 전혀 다른 분야에서 빛을 발하는 순간이 있어요.
마케팅에서 배운 말하기 방식이 영업에 도움이 되고,
기술직에서 익힌 꼼꼼함이 디자인 작업에 연결됩니다.
퍼즐 조각처럼 쌓인 경험들이 어느 순간 하나로 맞춰지는 느낌이에요.
물론 한 분야를 깊게 파고들었을 때 얻는 전문성은
저는 갖지 못했습니다.
어느 쪽이 낫다는 게 아니에요.
그저 저는 넓이를 선택한 사람이고
그 안에서도 충분히 가치 있는 것들을 쌓아왔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찾고 있습니다
대학 졸업 이후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목표가 하나 있어요.
재미있는 일을 찾는 것입니다.
어느 정도 재미를 느낀 일은 있었어요.
하지만 내 모든 것을 불태울 수 있는 일은 아직 만나지 못했습니다.
어쩌면 그런 일은 없을지도 몰라요.
그래도 찾고 싶어요.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빠져드는 일,
열정을 온전히 쏟아낼 수 있는 일,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행복한 사람일까요.
인생의 많은 시간을 일에 쏟을 수밖에 없는 우리라면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도 그게 어떤 일인지 찾고 있어요.
찾는 과정 자체가 이미 삶의 일부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