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를 돌이켜보면 머릿속에 박혀서 절대 잊어버리지 않는 광경들이 있다. 하나는 김해시 장유에서 살 때 친척들이 모여서 우리 집에서 저녁 식사를 다 같이 한 적이 있다. 나에게 이런 경험은 매우 생소했다. 이전까지 방에 거실을 제대로 갖춘 집에서 살아본 적이 없었고 그 이유로 누구를 초대하여 같이 식사한다는 것도 어렵고, 그런 적도 없었다. 그때의 집도 방 두 개에 작은 부엌이 딸린 작은 집이었다. 암튼 그렇게 저녁을 먹고 수다를 떨고 늦은 밤이 되었다. 우리 집은 주변이 논이라서 주변이 어두운 편이었고 집으로 오는 길도 좁아서 자동차를 멀찍이 큰 도로에서 주차하고 걸어서 와야 했다. 그렇게 친척들을 자동차가 있는 큰 도로까지 바래다주는데 나는 이때를 잊을 수가 없다. 처음으로 느낀 가족으로서의 행복감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는 그냥 친척끼리 밥 한 끼 먹는 것일 수도 있으나 나에게는 고등학생이 되고서야 처음으로 우리 집에서 그런 행사를 한다는 것이 기뻤다. 다 같이 어두운 길을 걷는데 주변이 어두워서 그런지 밤하늘에 별이 많이 보였다. 25년 전의 장유는 아직 신도시 개발 전이라 시골이었다. 그렇게 다 같이 밤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아주 크고 선명한 별똥별이 떨어지는 게 아닌가. 그게 내 인생의 첫 별똥별인지 아닌지는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그때의 행복했던 감정과 타이밍 좋게 아주 크고 선명한 별똥별을 가족, 친인척들과 다 같이 봤다는 것이 나에게는 인생 몇 안 되는 장면이다.
그다음은 군대 갔을 때의 일이다. 나는 2002년 10월 4일 논산 훈련소로 입대했다. 다행히 2002년 월드컵을 마음껏 즐기고 입대한 것이 정말 큰 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암튼 가을에 입대한 나는 논산의 가을 날씨를 잊지 못한다. 하루는 어딘가를 청소하는 날이었다. 길이 T자로 나 있는 비포장 자갈길이었고 주변은 큰 자작나무들이 듬성듬성 심겨 있었다. 낙엽을 쓸고 쉬는 시간에 그 나무들 사이에 앉았고,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가을의 구름 하나 없는 깨끗한 하늘, 그리고 듬성듬성 있는 자작나무들 사이로 보이는 선명하고 푸른 가을의 하늘을 나는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